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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등을 밀며 / 손택수 #몸 살펴보기 아버지의 등을 밀며   아버지는 단 한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번은 입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잔뜩 성이 나서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
[글] 나는 매일 반복한다 #몸 돌보기 나는 매일 반복한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30분간 호흡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출퇴근길에는 모든 걸음을 온전히 집중하여 걷는다. 출근할 때 30분, 퇴근할 때 30분, 적어도 하루 한 시간은 거르지 않고 걷는다. 하루 일과를 마친 뒤에는 종일 수고한 몸을 위로해 준다. 편안히 누워서 심장이 있는 가슴께에 손을 얹고 애썼다. 수고했다 속으로 되뇌며 호흡과 함께 마음을 집중하면 손바닥의 따스한 기운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엔 허약해서 늘 보살핌이 필요한 위장 부위에 손을 얹고 집중한다.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지면 부드럽게 마사지해 준다. 다음엔 싸륵싸륵 자주 아픈 배에 손을 얹고 마음을 보낸다. 특별히 아픈 부분이 있을 땐 거기에 손을 얹고 한동안 따뜻함을 보낸다. 그렇게 해서 걸리는 시간..
[사진] 사랑의 사진 / 킴 푹 #몸을 사랑하기 내 팔과 등에는 흉터가 너무 많다. 나는 결혼은 커녕 어느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 생각은 틀렸다. 나와 내 천사 토머스를 찍은 이 사진은 사랑의 사진이다. 킴 푹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다. 내 몸 어디에 본래 나의 것이었던 것이 있는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씨앗에 세상에게서 주어진 것들로 채워왔으니 부모님 한 조각 들 한 조각 산 한 조각 바람 한 조각 비 한 조각 강 한 조각 바다 한 조각 꼭 조각보같은 내 몸은 사실 내 것이 아니다 힘겨워 비명을 지를지언정 끝내 내 곁은 떠나지 않는, 흉터로 가득한 내 몸조차 사랑하는 가족같이, 결코 배신하지 않는 친구같이, 나를 대해온 내 몸을, 나는 어떻게 대했는가? 내 몸은 결코 내 것이 아니다. 지금 나는 내 몸에게 어떤 말을 하고..